
<시리즈7> 어떤 공포영화보다 더 무서운 :::

원상이 | 2001년 11월 16일 조회 3741
혹시 아놀드 슈왈제네거 주연의 '런닝맨' 이란 영화를 기억하시는지? 이 영화는 TV 에서 방영되는 살인게임에 우연히 끌려들어간 주인공이 ( 아마 범죄자였던 걸로 기억한다.... ) 방송국과 킬러들과의 한판승부를 벌이는 잼난 ( 당시 탁군의 기준으로 ) SF 액션영화였다.
그리고, 얼마 전에 개봉한 '시리즈 7' 또한 그 내용에 있어서 만큼은 '런닝맨'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그 표현방법에 있어서나 결말부분에 관해서만큼은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화 '시리즈 7'은 TV 방송프로그램인 'Contenders( 적수들 )' 의 7번째 방송분에 출현한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이 적수들이란 무작위로 추출된 일반 시민들에게 무기를 쥐어준 뒤 서로를 싸우게 해 최후의 생존자를 가리는 프로그램이다.
사실, 이 내용만 봐서는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해진다. 바로 매스미디어의 폭력성과 그에 중독되는 일반 대중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관객들에게 보여주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앞서 말했던 '런닝맨'이나 B급 액션 영화인 로렌조 라마스 주연의 '스톤 콜드' 같은 영화에서 익히 말했었고, 나아가서는 '스매쉬TV' 라는 비디오 게임에서도 다뤘던 내용이라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영화는 근본적으로 앞의 영화들과는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사실, '런닝맨' 같은 영화에서는 아무리 잔인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도, 미래임이 분명한 시대배경, 전형적인 해피엔딩등의 내용으로 관객들은 그저 한 편의 재미난 액션영화를 보는 정도의 기분밖에는 전달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시리즈7'은 영화이기를 포기한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줌으로 해서 관객들에게 또다른 방식으로 '공포'를 전달해주고 있다.
영화의 내용 자체가 제목 그대로 '적수들'의 7차분 TV 방송분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니만큼 그 구성자체가 마치 우리나라의 '긴급구조119'같은 상황재연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디지털로 찍은 생생한 화면, 중간중간 나오는 상황재연과 등장인물들과의 인터뷰, 거기다가 중요한 순간에 바로 한 회를 끝내버려 시청자들에게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장면에 이르면 과연 이것이 극영화인지 실제 '적수들'이란 프로그램을 극장에서 보고 있는 것인지 구별할 수 없게 만들어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과의 유사성은 호러영화를 보는 것과는 다른 섬득함을 탁군에게 선사해준다. 이것이 실제일지도 모른다는 기분, 우리가 TV 브라운관이라는 안전장치 뒤에 숨어 실제 살인게임을 보고 히히덕거리는지도 모른다는 착각, 그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 최근 본 영화중에서 가장 무섭게 본 영화를 꼽으라면 탁군은 이 영화를 꼽을 것이다. )
잔인한 장면은 하나도 나오지 않지만, 아마추어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는 - 블레어 윗치가 그랬던 것처럼 - 피가 분수처럼 뿜어나오는 어떤 영화보더 더 잔인하다.
( 영화가 시작되고 나오는 시즌6의 마지막 장면 - 임산부 도온이 편의점에서 다른 출연진을 죽이는 장면 - 은 탁군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다. )
그리고 이러한 '생생함' 속에서 감독은 시청률에만 급급하는 미디어의 폭력성을, 그 속에 감춰진 추악한 인간군상을 고발하려 한다.
여주인공인 임산부 '도온'을 모성애의 영웅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해버리고, 죽음의 현장에서도 카메라는 그저 묵묵히 지켜만 본다. 18세 여주인공 린지가 쇠지팡이에 구타당해 살해당할 때, 카메라는 현장 너머로 딸의 죽음을 바로 앞에서 지켜 볼 수밖에 없는 부모들의 얼굴을 포착하기만 할 뿐이다.
이러한 상황은 방송국에 있어서는 시청률을 위한 '드라마틱한' 실제상황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토니'는 점점 살인광으로 변해가고 팔에 총을 맞고 돌아온 '린지'에게 아버지는 어서 돌아가서 상대방을 끝장내고 오라고 호통친다.
우리의 마음속에는, TV라는 매체 안에는 얼마나 많은 폭력성이 숨겨져 있느냐 말이지, 영화는 그렇게 되묻는다.
마지막에도 방송국의 전복을 다루는 해피엔딩의 결말대신 영화는 '시리즈8'을 예고한다. 더군다나 이 결말부분은 이제까지와 달리 재연극으로만 꾸며져서 어쩌면 드라마틱한 상황을 위해 방송국 측에서 상황을 조작하지나 않았는 가 하는 의심을 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 자세하게 얘기하고 싶지만 보실 분들을 위해 차마...쩝 탁군 많이 착해졌다....--;; )
이러한 결말은 보는 이에게 찝찝함을 안겨주는 지독한 '애프터 서비스'의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
( 실제로 마지막 장면이 나오자 극장 안에는 ' 어, 이게 끝이야? ' 라는 말이 여기저기 흘러나왔다. )
영화 '시리즈7'은 독특하다. 그리고 재미있다. 그 이면에 숨겨진 의도는 어느정도는 뻔한 것이고, 자신의 취향에만 맞는다면 아무 생각없이 즐겨도 괜찮은 영화라 생각된다.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보기에 탁군에게 영화는 너무 무섭게 받아들여졌다. 영화 자체도, 그걸 방송시청자의 입장에서 즐기고 있는 나 자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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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상이 원상이라는 이름보다는 탁사스라는 아이디로 불리기를 더 좋아하는 남자, 영화를 사랑하지만 예술영화라 이름 붙는 영화를 보면 닭살 돋는 남자....
호러영화를 좋아하고 호러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을 정신병자 취급하는 사회를 증오하는 남자 탁사스임다...잘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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