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키키 브라더스> 누구에게나 아픔은 있다
글: 한혜선
2001년 10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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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것이 그녀의 미덕은 아니다. 그녀의 미덕은 자신의 보는 현실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상에는 소리치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녀는 그 시장바닥같은 소음 속에서도 담담하게 자기 목소리로 얘기를 들려주는 사람이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말하기 위해서는 감독의 전작 <세 친구>를 중간 중간 얘기해야 할 듯 싶다. 두 편의 영화에서 보여준 감독의 관심사가 그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이 갖는 주변성이 그러하고,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상처가 그러하다. 그녀의 인물들은 세상과 소통하기 보다는 홀로 자신만의 세계에(<세 친구>에서 무소속의 만화, 섬세의 미용, 삼겹의 음식, 그리고 <와이키키...> 에서의 성우의 음악, 정석의 여자, 강수의 대마초 등등) 도피해 있다. 전체적으로 그들은 세상의 중심이 아닌 주변에 서성거리며,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일상은 한없이 누추하며 소소한 시비는 끊이지 않는다. 무엇이 그들은 그렇게 만들었을까. 사회로부터의 구별인가, 아님 개인의 상처 때문인가. 마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에서 니콜라스 케이지의 대사 같은 질문이다. - '술을 마셔서 가족이 떠났는지, 가족이 떠나서 술을 마셨는지...' 아직 나는 그 대답을 찾지 못했다.
임순례 감독은 잔인하다. 인생의 페이소스를 아는 자이다. 강수와 정석이 떼밀이 여자를 놓고 벌이는 삼각관계나, 칼에 찔린 정석이 강수에게 전화하는 장면이 그러하다. 그 장면에서 관객은 웃고 만다. 그러나 자신에게 그런 문제가 닥쳐을 때 의연하게 대처할 사람은 누구인가. 강수의 분노와 배신감이, 정석의 후회와 눈물이 타인에게는 꼴사나운 헤프닝으로 보여진다. 나의 비극이 다른 사람에게는 희극이 된다. 그것이 삶이 가지는 또 하나의 비애이다. 감독은 개인의 비극을 맘껏 희화시켜 관객에게 내놓았다. 관객들이 웃어제끼는 순간, 감독은 회심의 미소를 띄웠을지도 모르겠다. '웃어라. 저것이 바로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하고...
영화는 등장인물과 세상을 억지로 화해시키려 하지 않는다. <세 친구>에서 귀가 먹은채 시장을 헤쳐나가는 무소속의 모습에서 보여줬듯이 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상처를 안은 채 걷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작에 비해 감독은 훨씬 따뜻한 시선으로 등장인물을 대하고 있다. <세 친구>의 마지막 장면에선 무소속이 시장에서 뒤에 오는 짐수레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부딪히는 장면에서 주인공이 마주할 수많은 사회적 장애를 암시했지만 <와이키키...>의 성우는 여전히 초라한 무대에서 연주하지만 영화의 끝부분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웃음을 짓는다. 그는 여전히 세상의 변두리에 머물겠지만, 삶은 여전히 초라하고 통속하겠지만, 그래도 어떠랴. 수많은 인생속에 이런 인생 하나 섞여 있다한들... 그렇게 살면서도 웃음지을 수 있다는 것. 그런게 정말 사는게 아닐까.
임순례 감독은 국내에 몇 안되는 진지한 감독이다. 진지하다는 말이 지루하다는 의미로도 통용되는 이 때에 그 말은 그에게 오히려 지장이 되는 말일 수도 있다. <와이키키...>에서의 대사처럼 - 세상이 변하고 있으니까. 그 진지함이 관습이 되지 않고 늘 생생하게 깨어 있기를 소망한다. 하늘을 나는 방방한 액션도 좋고, 침몰하는 여객선도 좋지만 가끔은 내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 영화도 세상에는 필요한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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