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영화를 찾아서

<눈물> 리얼함만으로는 부족해요!


글: 강병융
2001년 10월 14일

비디오로 <눈물>을 보았습니다. <나쁜 영화>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나 할까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소년들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알콩달통'이라는 의태어 다소 딴지의 요소가 있지만) 임상수 감독은 전작 <처녀들의 저녁식사>와 같이 우리네 삶에서 반드시 간과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간과하고 있는 것을 가차없이 잡아 영화 속에 넣었습니다. 만일 어른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정말 놀랄 만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본다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결국 두 부류 모두 종국에는 착찹함을 느낄 것입니다. 그리고 재수가 겁나게 좋다면 눈물도 흘리게 될 것이다. 참으로 리얼(real)합니다. 아이들의 욕지거리가 리얼하고, 배우들이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이 리얼하고, 카메라가 흔들리는 것이 다큐 같아서 다시 한번 리얼하며, 디지털 캠으로 찍은 덕에 VJ의 작품 같아 다시금 리얼하다. 아니 리얼해야만 한다. 그리고 보는 사람들은 그 리얼함에 놀라, 혹은 감동해 눈물을 펑펑 혹은 주르륵 흘려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어디 그런가요? 이 영화를 보고 눈물 흘릴 자는 없습니다.

왜일까요? 그건 감독이 리얼하게 표현할 줄 알았지 정말 리얼하게 체험하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처절함이 부족합니다. 임상수 감독은 문제 의식 있는 감독입니다. 아주 좋은 감독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또 새로운 시도를 할 줄 아는 패기 있는 감독입니다. 이 역시 어마어마한 칭찬이네요. 하지만 그가 관객에게 보여주려고 했던 것에 대해 그는 리얼하게 체험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이 영화의 아쉬움입니다. 물론 모든 감독이 모든 영화를 찍으며 리얼하게 체험하고 리얼하게 찍을 필요는 없겠지만 우리에게는 욕심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영화 <눈물>은 욕심이 생기는 영화입니다. 그것은 우리들의 처절함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간과해서는 안될 문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임상수 감독이 다루는 이야기는 관계의 문제이고 성장의 문제이고 고통의 문제입니다. 남녀 주인공이 서로의 성기를 만지는 장면에서 만일 관객들이 끼득거렸다면, 이 영화는 완전히 꽝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관객들은 조용히 흥분하고 있었다면, 어떨까요? 그러면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어린 남녀 주인공의 성행위에서 과연 감독이 원했던 것이 과연 흥분뿐일까요? 아닐테지요. 그 장면에서 관객들에게 필요한 것은 눈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눈물은 나지 않습니다. 그것이 영화 <눈물>의 실패 요인입니다. <눈물>은 더 처절했어야 합니다. 단지 리얼한 표현으로만 그치고 있습니다. 속깊은 처절함이 없다는 점이 정말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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