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상 -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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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상 - 김정원 :::

“의상은 영화의 분위기를 만드는 중요한 장치”

정미래 | 2002년 12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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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29)은 상대방을 편안하게 만드는 털털한 성격을 지녔지만 쉽게 꺾이지 않을 고집과 강단이 느껴지는 인물이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는 항상 50% 정도 실수나 사건이 터질 확률이 있다”고 말하는 그녀는 이변에 대해 언제나 철저한 준비로 무장해 실수를 용납하지 않을 정도로 꼼꼼하다. 때문에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힘들어 할 때도 많다고. 그러나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완벽한 준비와 사소한 실수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김정원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 모두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두 배우의 ‘몸’만을 한정된 공간에서 담아냈던 <미인>의 영화의상을 담당하며 지난 99년 영화일을 시작한 그녀는 현재 수많은 엑스트라와 거대한 스케일의 시대극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의상팀장을 맡고 있다.

그녀는 영화일을 시작하기 전 약간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의상학과를 졸업한 후 영국에서 코디 과정을 공부하고 돌아와 가수 코디네이터로 첫 발을 내딛었다. 그러나 막연하게 시작했던 그 일은 한 달이 채 못 돼 “이건 아니다!”라며 그만 둘 정도로 그녀에게는 맞지 않는 일이었다. 타이트한 일정을 넘치는 순발력으로 감당해야 하는 가수의상일은 그야말로 ‘막노동’에 가까웠다. 김정원은 그 때의 일을 재미있는 추억으로 생각하고 “그 일은 나 아니라도 할 사람 많다”라며 웃어넘긴다. 지난 99년 여균동 감독의 <미인> 작업에 참여하면서부터 김정원은 영화인이 됐다. 그 후 <파라다이스 빌라> <스물넷> <오버 더 레인보우> <데우스 마키나>에서 의상을 담당했다.

“예전부터 그랬죠. 의상이 없어서 영화를 못 찍는 일은 없었어요. 그러나 요즘의 영화의상은 단지 배우가 착용하는 것을 훨씬 뛰어 넘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중요한 장치 중 하나입니다.”

영화는 픽션(fiction)이기 때문에 의상을 통해 논픽션(nonfiction)의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김정원은 영화의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사실적인 느낌을 살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6.25를 배경으로 제작되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의상을 표현하기가 굉장히 애매한 시기다. 그 시대의 분위기와 전쟁시의 급박함을 나타낼 수 있는 민간인 의상을 준비하기 위해 그녀는 얼마 전 중국까지 원정을 다녀왔다. <미인>으로 시작해 <오버 더 레인보우>까지 그동안 김정원이 작업했던 영화는 대부분이 멜로였다.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주인공은 무조건 예뻐 보여야 하는데, 아무리 예쁜 옷을 입혀도 배우들이 마냥 예쁘고 아름답게만 나올 수는 없기 때문에 매우 힘들다고 한다. 배우에 따라 맞는 아이템과 안 맞는 아이템이 있고 또 배우의 개인적인 스타일과 선호 경향도 있기 때문에 그 것들을 잘 조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또 가장 어려운 작업이라고.

“영화의상 일을 굉장히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하지만 이 것도 하나의 전문적인 분야로 봐줬으면 좋겠습니다.”

새 영화를 시작하게 되면 그녀는 가장 먼저 시나리오를 보고 캐릭터 분석을 한 후 자신만의 보드를 만들어간다. 그 후 그녀가 분석한 자료와 연출진이 분석한 내용을 서로 조율하고 토론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연출진과 의견차이가 종종 생기게 된다고. 영화라는 것이 어디까지나 ‘감독의 영화’이기 때문에 감독 자신이 생각했던 캐릭터와 분위기를 위한 자신만의 생각을 고수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전문가가 보기에는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 그녀는 무엇보다 연출진과의 의견 조율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영화의상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단 두 명의 배우를 한 정된 공간에서 두세 달 간 끊임없이 만나면서 작업했던 영화 <미인>으로 처음 시작한 그녀는 어쩌면 좀더 수월하게 첫 테이프 끊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시작하기에 영화의상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라며 “많은 정보와 지식을 기반으로 시작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앞으로 영화의상을 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단지 디자인뿐만 아니라 다방면의 분야에 기본 지식을 갖추라는 것이다. 염색도 직접 할 수 있어야 하고 옷의 기본 패턴이나 색채학 등에 관한 공부도 해야 한다고. 또한 다양한 공연이나 사진전 등을 통해 경험을 쌓고 사소한 의상이라도 많이 보고 담아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정원은 현재 자신의 홈페이지를 만들고 있다. 처음 영화일을 하려고 정보를 찾아 헤맬 때 영화의상에 관한 체계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알려줄 만한 곳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었던 그녀는 앞으로 영화의상에 뜻을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정보와 지식을 줄 수 있는 홈페이지 통해 도움을 주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