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아벨 페라라
주연: 조 타멜리,알버트 싱키,아벨 페라라,달린 스투토

자막: 한국어
오디오: 스테레오
발매일: 1988-06-27
화면비율: 1.33:1
케이스: 플라스틱

아벨 페라라 감독의 역량이 듬뿍 깃든 80년대 초반 작품. 그의 전매특허인 허무주의와 무정부주의는 유혈과 무차별 폭력으로 표현되지만, 이 영화처럼 유례를 찾기 힘든 영화도 드물다. 감독은 여배우 조 타멜리스에게 완벽한 총쏘는 포즈와 특이하며 섹시한 폭력(또는 매력)을 허락한다. 뉴욕의 밤거리를 활보하며 자신을 유혹하는 모든 남자들에게 총알세례를 퍼부으며, 그녀는 자신이 당한 경험적 아픔을 모든 남자들에 대한 복수로 보편화시킨다. 물론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도가 지나친 대항폭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독은 '끝까지' 밀어붙인다. 지나친 폭력과 지나친 허무주의, 그리고 남성 폭력에 대한 지나친 대항폭력까지 모든 게 지나치다. 그런데 이런 과잉의 방식이 80년대 초반의 시대를 가늠하는 렌즈이기도 하다. 강간당할 것이냐, 아니면 살인할 것이냐의 그 이분법의 세계가 벙어리 타나의 내면을 지배하고 있는 것. 하지만 결국 여자의 적은 여자뿐이던가. 그녀의 무차별 살상을 막고 그녀에게서 최초로 외마디 목소리를 이끌어내는 것도 여자! 검은 수녀복을 입고 총을 든 독특한 그녀의 외양 위로 피가 흐른다. 끈적끈적한 생명의 힘을 쏟으며. 이처럼 독자적인 색깔을 가진 아벨 페라라는 그 표현과잉 때문에 어차피 소수인을 위한 영화감독이지만, 공감하는 이도 어딘가에 있으리라.